본교 동문,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계 무대에 전하다
본교 동문 신민 작가가 지난 3월 아트 바젤 홍콩에서 신설된 ‘MGM 디스커버리즈 아트 프라이즈’의 첫 수상자로 선정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본 상은 신진 작가들의 가능성과 새로운 시각을 조명하는 취지로 마련된 권위 있는 상으로, 신민 작가는 일상 속 보이지 않는 존재들, 특히 여성 노동자의 삶과 기억을 조각으로 풀어낸 작품 세계를 통해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신민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국내 공모에서 오랜 시간 낙방을 경험했지만, 세계적인 무대에서 제 작업이 인정받은 것은 큰 선물이자 앞으로의 길에 큰 힘이 된다”며 “특히 제가 다뤄온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국제적으로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음을 확인해 기쁘다”고 전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서비스업 여성 노동자의 현실과 같은 구체적인 장면을 토대로 형성되어 있다. 신민 작가는 “패스트푸드점, 카페, 편의점 등에서 직접 일하며 느꼈던 경험이 제 몸에 남아 조각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며 “이는 저 개인의 경험이자 동시에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의 공통된 기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서울 P21에서 개인전 《Ew! Hair in My Food!》와 전북도립미술관 전시 《아이스크림 똥》을 통해 신작을 선보였다. 그는 음식 속 머리카락이라는 불쾌한 경험을 노동자의 흔적으로 전환하거나, 아이스크림과 배설물의 양가적 이미지를 겹쳐내는 방식으로 소비 사회의 모순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며 관람객과 소통했다. 또한 그는 작업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로 “이 작업을 누가 보는가”를 꼽았다. 신민 작가는 “작업은 저 자신을 위한 독백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건네는 대화이자 신호”라며 “노동자의 얼굴일 수도, 어린이의 시선일 수도, 아주 먼 나라의 낯선 사람일 수도 있는 관객을 늘 상상하며 작업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무대극 형식의 작업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각들이 단순히 전시장에 놓이는 방식이 아니라 배우처럼 등장하고, 서로 관계 맺으며 움직이는 무대극을 만들고 싶다”며 “관객이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공연의 일부를 체험할 수 있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민 작가는 본교에서의 학창 시절 역시 작업 세계의 중요한 출발점이었다고 회상했다.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 재학 당시 그는 “예측하고 효율을 추구하는 공학적 사고가 현재 작업의 설계와 실행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며, 동시에 다양한 미술대학 수업을 청강하면서 미술적 재능과 흥미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경험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후배들에게는 “무엇보다 자기 작업을 좋아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며 “미술계는 때때로 불합리하고 불안정하지만, 자기 작업을 좋아하는 힘으로 버텨내다 보면 결국 누군가는 알아봐줄 것”이라는 진심 어린 조언을 전했다. 이번 수상은 신민 작가 개인의 성취를 넘어, 본교에서 길러진 창의성과 예술적 감수성이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은 사례로 의미를 지닌다. 앞으로도 그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존재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예술과 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온라인커뮤니케이션실 김관우 기자